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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후기24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한뼘소설. 한뼘자전소설. 자전소설. "왔나!" "공부 잘하고 있나?" "또 놀러 오거래이" "건강 잘 챙기고" "고맙데이!"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저기 누나도 있고, 사촌동생들도 있고, 나도 있는데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무슨 즐거운 일이 벌어졌나봅니다. 다들 씨익 웃고 있네요. 한 아이만 빼고. 당신이 가장 크게 웃고 있었네요. 아, 이제 기억이 날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음료수 병을 한 개 씩 들고서 따봉, 브이, 넘버원... 다들 한껏 신이 난 것 같습니다. 당신도 엄지 손가락을 펴고 신이 난 마음을 표현하려고 하셨군요. 아, 이제 기억이 났습니다. "재훈이 왔나!" "재훈이 공부 잘하고 있나?" "재훈이 또 놀러 오거래이" "재훈이 건강 잘 챙기고" "재훈이 고맙데이!" . . . '할아버지, 잘 계시죠? .. 2015. 1. 21.
드르르르르르륵. 한뼘소설. 한뼘자전소설 "드르르르르륵-" '아, 이 소리. 어떻게 없앨 수 없나...도대체 왜 이런 소리가 나는거지...'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보아도 소용없다. '그래, 이 정도 작은 소리쯤이야. 그 전에 몸 단장을 해야지.' "딸까닥-" '엇, 부서졌네. 이런' "으으읍, 왜 이렇게 안 열려!" '가만보니, 접착제가 발려져 있잖아. 아, 그래 작년에 내가 발랐었지. 너를 쓰는 건 그때가 마지막이라 생각했었는데...잘 부탁한다.' 드르르륵 미세하지만 신경을 긁는 소리, 거기다가 분리되지도 않는 날개, 누렇게 빛바랜 겉모습. 그래도 제 역할은 다한다. "넌 나보다 낫구나." 나도 너처럼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너만큼 열심히 해야할 일을 성실히 잘 해낼 수 있을까? 그전에 내가 해야할 일은 뭘까? 내게 주어진 일은 .. 2015. 1. 20.
j가 돌아왔다. 한뼘자전소설. 자전소설. "띡띡띡띡“ j가 돌아왔다. 무표정한 얼굴로 가방을 휙 아무곳에나 던져 놓은 후 양말을 벗고 옷은 의자에 아무렇게나 걸쳐 놓은 후 침대에 누웠다. “후우” 그리고 들려오는 j의 한숨소리. j는 하루 종일 무엇을 하다 온 것일까. 오늘 하루 힘들었나? 사실 나는 j가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하든지 말든지, 만약 무엇을 했다면 ‘왜’ 했는지 아무 관심은 없다. j가 나에게 제때 밥만 가져다주면 그 이외의 것은... “Just two kids stupid and fearless~♬ Like a bullet shooting the lovesick~♪” j에게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침대위에서도, 책상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심심찮게 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이때만 볼 수 .. 2015. 1. 20.
irony. 아이러니. 한뼘자전소설. 자전소설. '승객 여러분, 버스 안에서는 통화를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 "학생, 저거 좀 봐라 웃기지 않나!" ​ 옆에 계신 아주머니가 말을 건넨다. ​ 시선을 아주머니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돌리니 ​버스 운전 기사가 누군가와 시끄럽게 통화를 하고 있다. ​ "버스에서 통화하지 말라는데 자기는 버젓이 통화를 하고 있다​. 진짜 웃기제!" ​"아, 예..." ​ 멋쩍은 웃음을 지어 드리고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 '음...그래, 참 아이러니 하긴 하지.' ​ "이번 내릴 곳은 유목교입니다. 다음 내릴 곳은 농협 하나로 마트..." ​ ​'그래, 버스 기사부터 솔선수범해야지...앗, 다음에 내가 내릴 곳이다!' ​ "쀅~!" ​ 급히 벨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하차문으로 향했다. ​ '다행히 지나.. 2015. 1. 20.
단원고 2학년 10반 다영이 아버님, 어머님을 만나다. 세월호를 잊으면 안됩니다. 2014년 10월 14일 경북대학교 사회대에서 단원고 2학년 10반 다영이 아버님, 어머님을 만나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에겐 감정의 변화가 있었다. '미치겠다'시작 전 두 분이 앉게 될 텅빈 의자를 보니 그간 그분들이 겪었을 고통이 떠올라서. 내가 떠올린 고통은 비교도 되지 않겠지만. '힘들다'두 분의 얼굴을 바라보며, 참사가 있던 그날부터 오늘까지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굳어버렸다. 유가족의 마음은 오죽할까. '아프다'준비한 시간이 끝나고 사진을 찍고 악수를 하고 돌아가시는 뒷모습을 보았다. 아팠다. 마음도 눈도. 내내 아팠다. "청년들이 무엇을 할 수 있나요? 무엇을 해야 하나요? 함께 할 수 있는, 고통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나이가 30살이 넘었는데 나의 행동에 대해, 내.. 2014.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