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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후기/한뼘소설4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한뼘소설. 한뼘자전소설. 자전소설. "왔나!" "공부 잘하고 있나?" "또 놀러 오거래이" "건강 잘 챙기고" "고맙데이!"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저기 누나도 있고, 사촌동생들도 있고, 나도 있는데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무슨 즐거운 일이 벌어졌나봅니다. 다들 씨익 웃고 있네요. 한 아이만 빼고. 당신이 가장 크게 웃고 있었네요. 아, 이제 기억이 날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음료수 병을 한 개 씩 들고서 따봉, 브이, 넘버원... 다들 한껏 신이 난 것 같습니다. 당신도 엄지 손가락을 펴고 신이 난 마음을 표현하려고 하셨군요. 아, 이제 기억이 났습니다. "재훈이 왔나!" "재훈이 공부 잘하고 있나?" "재훈이 또 놀러 오거래이" "재훈이 건강 잘 챙기고" "재훈이 고맙데이!" . . . '할아버지, 잘 계시죠? .. 2015. 1. 21.
드르르르르르륵. 한뼘소설. 한뼘자전소설 "드르르르르륵-" '아, 이 소리. 어떻게 없앨 수 없나...도대체 왜 이런 소리가 나는거지...'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보아도 소용없다. '그래, 이 정도 작은 소리쯤이야. 그 전에 몸 단장을 해야지.' "딸까닥-" '엇, 부서졌네. 이런' "으으읍, 왜 이렇게 안 열려!" '가만보니, 접착제가 발려져 있잖아. 아, 그래 작년에 내가 발랐었지. 너를 쓰는 건 그때가 마지막이라 생각했었는데...잘 부탁한다.' 드르르륵 미세하지만 신경을 긁는 소리, 거기다가 분리되지도 않는 날개, 누렇게 빛바랜 겉모습. 그래도 제 역할은 다한다. "넌 나보다 낫구나." 나도 너처럼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너만큼 열심히 해야할 일을 성실히 잘 해낼 수 있을까? 그전에 내가 해야할 일은 뭘까? 내게 주어진 일은 .. 2015. 1. 20.
j가 돌아왔다. 한뼘자전소설. 자전소설. "띡띡띡띡“ j가 돌아왔다. 무표정한 얼굴로 가방을 휙 아무곳에나 던져 놓은 후 양말을 벗고 옷은 의자에 아무렇게나 걸쳐 놓은 후 침대에 누웠다. “후우” 그리고 들려오는 j의 한숨소리. j는 하루 종일 무엇을 하다 온 것일까. 오늘 하루 힘들었나? 사실 나는 j가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하든지 말든지, 만약 무엇을 했다면 ‘왜’ 했는지 아무 관심은 없다. j가 나에게 제때 밥만 가져다주면 그 이외의 것은... “Just two kids stupid and fearless~♬ Like a bullet shooting the lovesick~♪” j에게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침대위에서도, 책상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심심찮게 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이때만 볼 수 .. 2015. 1. 20.
irony. 아이러니. 한뼘자전소설. 자전소설. '승객 여러분, 버스 안에서는 통화를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 "학생, 저거 좀 봐라 웃기지 않나!" ​ 옆에 계신 아주머니가 말을 건넨다. ​ 시선을 아주머니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돌리니 ​버스 운전 기사가 누군가와 시끄럽게 통화를 하고 있다. ​ "버스에서 통화하지 말라는데 자기는 버젓이 통화를 하고 있다​. 진짜 웃기제!" ​"아, 예..." ​ 멋쩍은 웃음을 지어 드리고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 '음...그래, 참 아이러니 하긴 하지.' ​ "이번 내릴 곳은 유목교입니다. 다음 내릴 곳은 농협 하나로 마트..." ​ ​'그래, 버스 기사부터 솔선수범해야지...앗, 다음에 내가 내릴 곳이다!' ​ "쀅~!" ​ 급히 벨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하차문으로 향했다. ​ '다행히 지나.. 2015.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