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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후기/한뼘소설

irony. 아이러니. 한뼘자전소설. 자전소설.

by 재치왕훈이 2015.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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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여러분, 버스 안에서는 통화를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학생, 저거 좀 봐라 웃기지 않나!"

옆에 계신 아주머니가 말을 건넨다.

시선을 아주머니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돌리니

​버스 운전 기사가 누군가와 시끄럽게 통화를 하고 있다.

"버스에서 통화하지 말라는데 자기는 버젓이 통화를 하고 있다​. 진짜 웃기제!"

​"아, 예..."

멋쩍은 웃음을 지어 드리고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음...그래, 참 아이러니 하긴 하지.'

"이번 내릴 곳은 유목교입니다. 다음 내릴 곳은 농협 하나로 마트..."

​'그래, 버스 기사부터 솔선수범해야지...앗, 다음에 내가 내릴 곳이다!'

"쀅~!"

급히 벨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하차문으로 향했다.

'다행히 지나지는 않은 것 같군.'

​"취이익~"

문이 열리고 내려보니

이게 왠걸,

내려야 할 정거장 보다 한 정거장 빨리 내린 것이었다.

'분명히 이번에 내릴 곳이라는 안내 음성이 지나고 난 후 벨을 눌렀는데

​ 왜 여기에 내가 내려진 것이지...한 정거장이나 더 걸어야하잖아...'

허나 잘못내렸는데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 또한 참 이상했다. 바보같이 잘못내렸는데 기분이 좋다니.

​왠지 모르게 공기는 상쾌했고 다음 정거장까지 걸어가야 할 길에는

나를 기분좋게 해줄 아늑함이 가득해보였다.

'그래, 기분을 내며 걸어보자.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딪을 때 마다

공기를 내 몸 깊숙히 들어마시고 또 내뱉고...숨과 걸음을 만끽하자...!'

"후우~흠~후우~흠"

얼마나 걸었을까...

예정에 없던 이 길의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다가온다.

'어, 왜 여기서 만나지. 분명 집에서 기다린다고 했는데...' ​

"자기! 왜 거기서~와!"

"응? 자기~! 나 바보같이 버스에서 잘못내렸어~자기는 왜 거기서 와?"

​"나는 자기가 늘 내리는 정거장에서 기다리다가 안 오길래 이쪽으로 걸어왔지!"

"집에서 만나기로 했잖아~"

"그냥, 자기 올 때가 된 것 같아서 마중 나왔지."

"그래? 잘했어~얼른 집에 가자."​

'버스 기사분이 운전 중에 핸드폰을 안 만졌더라면,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나에게 말을 안 걸었더라면,

내가 착각하지 않고 버스에서 제대로 내렸었다면,

내가 버스에서 내려서 걷지 않고 뛰어갔더라면,

그녀가 정류장 길을 따라 걸어 내려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오늘을 유난히 행복하게 느낄 수 있었을까?'

"빨리 가자~나 배고파~!"

"우리 뭐 먹을까?"

행복이 별 거 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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