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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후기/생활문

찐빵 2개를 불러오다

by 재치왕훈이 2014.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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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에 비전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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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띤~띠리리디띤띤~띤띠리리디띤띤"

 

"어, 왜?"

 

"훈아, 아빠한테 전화 좀 해봐. 오빠한테 아빠 전화왔는데..."

 

"응, 알써."

 

전화를 하려던 찰나

 

"철컥"

 

손에 하얀 비닐봉지를 들고 아버지가 귀가하셨다.

 

"훈이, 안잤나? 찐빵 먹자. 지원이 줄라고 찐빵사서 전화했는데 진우 전화를 안 받네.

 찐빵 먹자, 찐빵."

 

'생각보다 술을 아주 많이 드시지 않으셨군.'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함께 있어도 별 할 말이 없었던 아버지와 식탁에 앉아서 12시가 넘은 밤에 찐빵을 먹게 되었다.

 

 

아버지는 내게 물으셨다.

 

"그 일에 비전이 있나?"

 

뜨끔했지만 이내 생각을 가다듬어 

 

"으응, 비전이 있지."

 

라고 짧게, 마지못해 대답을 했다. 비전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있다라고 말하기에 불안했고,

속마음을 아버지에게 털어 놓는다는게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훈아, 비전이라는 건 없어. 처음부터 있을수가 없어. 만들어가야지. 잘 만들어봐.

 그리고 넌 너대로 살아. 아빠는 아빠대로 살게. 엄마랑 잘 살테니까 너는 너대로 살아. 열심히, 잘 해봐."

 

"응, 알겠어."

 

"뭐, 아빠한테 바라는거 없어?"

 

아버지에게 이 질문을 듣는 순간, 갑자기 멍해졌다.

아버지에게 바라는 것이라...

해드린게 없어서 사실 바라는 것도 없었다.

 

"아빠~건강 잘 챙겨~난 별 거 없어"

 

"그래, 알았다."

 

짧고 굵은 부자간의 대화가 흘렀고,

찐빵은 부스러기만 남겨졌다.

 

 

문득 할아버지를 산소에 묻기 전, 온 가족이 탄 버스에서 아버지가 사람들에게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인생은 직진이에요."

 

"왜 인생이 직진이야? 우회전 할 수도 있고 좌회전 할 수도 있지!"

 

"아니에요, 인생은 직진이에요."

 

라고 울먹거리며 말씀하시던 아버지.

 

지금 생각해보니 인생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인생이 직진이라고 말하지 않으셨나 싶다.

아니면 직진처럼 앞만보며 바쁘게 살아온 것만 같이 느껴진 할아버지의 인생이 안타까워서 이야기하셨는지...

또 아니면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 보니 너무나 빨리 흘러서 마치 직진으로 온 것처럼 느끼셨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은 직진이라고 하셨던 그떄나,

비전은 없는 것이라고 하셨던 지금이나 어떤 의미로 말씀하신 건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날 더 열심히 살아가게,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는 만들어 주신다.

 

 

한동안 찐빵을 보면 아빠가 생각날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니 궁금해져서 찾아봤더니

 찐빵과 호빵의 차이는

 찐빵은 쪄서 먹는 빵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호빵은 상품명인데, 호빵이 널리 알려져서 찐빵이나 호빵이나 같은 말처럼 쓰인다는 것이다.

 

호빵이나 찐빵이나 맛있으면 그만인데

인생은 그렇지 않은...음...더 쓰면 오글거릴 것 같아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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