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디플레이어를 불러오다

아침부터 기차를 타고 대구로 와서 여기 저기 다녀오니 오후가 되었습니다.

녹초가 되어 헥헥,

우선 옷을 훌러덩 벗고 선풍기는 약풍으로 작동 시킨 후(전 왠지 약풍이 좋더라구요)

냉장고에서 얼음물을 꺼내 마실려고 했는데

물은 책상 위에 미지근하게 절 기다리고 있더군요.

 

시원한 물을 마시는 건 포기하고

바닥에 누웠는데 문득 옛날 노래가 듣고 싶더라구요.

 

'내(나의) 시디 플레이어는 잘 있나...'

 

제가 왠만해서는 물건을 버리지 않는 사람이라 역시 자취방을 뒤적뒤적하다보니

짜잔!

 

중학교 시절 아버지가 사주신

'Panasonic SL-SX469V PORTABLE CD PLAYER' 를 찾았습니다!

 

 

저 때가 아마 1998년도 인가, 아마 그럴거에요.(서른을 바라보니 기억이 가물가물)

누나 생일 선물로 아버지가 카세트 플레이어 (MYMY 라고 하죠)를 사주었고

저는 시디 플레이어를 사달라고 졸랐었죠.

저는 사고 싶은게 있어도 잘 말하지 않는 편인데, 부모님께 사달라고 조른 기억이 나아 있는 걸 보니

저게 참 갖고 싶었나봅니다.

 

많은 제품들 중에서 저 제품을 고른 이유는

라디오 기능이 있었기 때문이죠.

학원을 마치고 늦은 밤 라디오를 들으며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수첩에 적었던 그런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정지영님의 스위트 뮤직박스를 즐겨 들었었는데.

조용한 밤, 귓가엔 달달한 목소리가 들리고...

좋은 노래와 사연이 저의 학업 스트레스를 달래 주었죠.

아마 저와 같은 연배인 분들은 이런 기억들 다 가지고 계실거에요.

 

시디플레이어를 열어보니,

 

 

공시디가 들어있네요.

희미하게 '3'이라고 적힌 이 시디에는 과연 어떤 노래가 들어 있을까요?

 

 

작동이 되지 않아서 충전기와 충전지를 찾아서 우선 충전을 시켰습니다.

안되면 어쩌지...하면서 조금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노래가 나오더라구요.

 

 

이것도 참 오래된 이어폰.

대학교 때 게임한다고 샀었는데,

아마 저 이어폰이 가격대비 참 좋은 제품으로 피시방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죠.

전 만원 주고 구입한 것 같아요.

 

 

이건 제가 산 기억은 없는데,

언제부턴가 제가 갖고 있었습니다.

훔친 건 절대 아니구요ㅎ

이 스피커로 친구들과 공포영화를 볼 때 노트북에 연결해서 돌비 5.1 채널에 버금가는 효과를 누렸던...

참 많은 생각을 나게 해주는 물건들이네요.

 

시디에 담긴 노래가 궁금했던 저는 어느정도 충전을 시킨 후 바로 시디플레이어를 작동시켰습니다.

 

"웅~~"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노래가 나오더군요.

 

1번 트랙은

'속 시원히 다 내게 말해요~울어도 되요~우리 둘 뿐인걸~'

아시겠나요? 이 노래?ㅋ

바로 OPPA의 '약속'이라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가 낡은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데 온 몸에 소름이 쫙~닭살이 쫙~돋으면서

중학교 시절 자주가던 구미 시내 '데몰리션'노래방이 생각이 나더라구요.

 

아, 무더운 여름날 추억에 잠겨 보았습니다.

 

2번 트랙은

'I never let you cry in sorrow 그대가 지금 내게 와준다면
이세상 모든 기쁨을 그대품에 늘 좋은 사랑만 줄게요'

아, 추억의 명곡.

파이브의 '반지'라는 노래 입니다.

 

 

아, 이 노래도 정말 온 몸이 짜릿짜릿!

한참을 흥얼거렸습니다.

예전 노래들은 추억이 있어서 그런지 참 좋네요.

 

이 노래를 듣다가 배터리가 없어서 시디플레이어가 노래를 멈춰버렸습니다.

노래는 멈췄는데 제 귀에는 자꾸 옛날 노래들이 들려오네요.

 

집에가서 시디를 들고와 낡은 시디플레이어로 찬찬히 들으며

예전을 추억해야겠습니다.

 

요즘 8090 코드가 유행했었는데 곧 9000 코드로 넘어오겠네요.

점점 나이를 먹어가지만 그래도 같이 늙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네요!

 

이 노래들을 기억하시는 분들과 함께 들으며 우리의 인생을 추억하는 그런 날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만드..ㄹ...?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