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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후기/시

광휘의 속삭임,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사람이 온다는 것은

by 재치왕훈이 2014.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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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정현종 (1965 ‘현대문학’ 등단) 『광휘의 속삭임(문학과지성사, 2008년) ‘방문객’ 전문

 


 


 

 

'사람이 온다는 건'으로 시작하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아마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았던 시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사무실(어색하지않은창고)에 이웃사촌, 형님이 찾아왔다.

심심해서 들렸다는 그는, 그래도 자신이 그냥 온 것은 아니라고 하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왜 내가 그냥 온 것만은 아닌 줄 알아요?"

 

"왜요? 형님?"

 

"제가 시 하나 알려드릴까요?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아, 오랜만에 외우니 잘 안 외워지네. 그러니까 저는 그냥 온 것은 아니에요.

저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온 것이랍니다."

 

"......"

 

그렇다. 그의 얼굴에서 그의 세월이, 그의 몸에서 나는 향기에서 그의 오늘이, 그가 이야기하는 말과 생각에서 그의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뭐 확실하지는 않지만.

사람을 마주했을 때,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왔다는 생각을 한다면 더 의미있게 그 사람을 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형님이 시를 다 외우지 못해서 그때는 이해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

 

"재훈씨, 엄지 손가락에 침을 살짝 바르고 가만히 있으면 시원해지지 않아요? 바람이 부는 것 처럼.

 바람은 여기 이미 있었는데,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죠. 그리고 왜 사람들은 마음이 촉촉하다, 건조하다 이런 말들을 쓸까요?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 아, 나 이제 가봐야겠다. 안녕~!"

 

"......."

 

집에 돌아와서 시의 전문을 보니 왜 형님이 바람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마음을 촉촉하게 먹는다면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바람을 느끼듯 그 사람에게 전해져 오는 것들을 보다 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촉촉해질 수 있을까?

허나 시인은 마음을 촉촉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마음이 바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었다.

그건 시인이 바람이 되어 모두를 느낄 수 있는 능동적인 사람이 되겠다는 것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하나 더 개인적인 생각을 적자면 나 또한 그런 바람이 되고 싶다.

 

 

 

-재치왕훈이 <시 애호가>

 

 

 


 

 

 


광휘의 속삭임

저자
정현종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08-09-0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붉고 푸른 자연의 날빛으로 물들고 물결치는 삶의 기쁨1965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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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 : 끝에 가서는

 

 환대 : 반갑게 맞아 정성껏 대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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