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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후기/편지

'가족의 편지-1'를 불러오다 - 김창환, 김혜민

by 재치왕훈이 2013.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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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참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퇴근 후 산뜻하게 샤워를 하고,

편지를 꺼내보았죠.

 

오늘은 노란색 편지 4통,

제가 훈련소에 있을 때 가족에게 받은 편지들을 과거로부터 불러왔습니다.

 

2005년 6월 20일, 논산훈련소로 입소하여

25연대 10중대 16번 훈련병 김재훈이 되었죠.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5주의 훈련기간 동안에

저는 10중대에서 가장 편지를 많이 받은 훈련병이었습니다, 후후.

다른 소대에서 편지 많이 온 훈련병 누구냐고 저희 소대에 찾아왔다가

제 얼굴을 보고 의아해하던 사람들이 생각이 나네요. 

 

 

그럼 오랜만에 군대에서 받은 첫 편지를 읽어보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아들 김재훈아 읽어보렴

군에 입대한지가 벌써 2주일이 지나서 아들 편지하고 옷을 받아보니 정말 반갑고 대견스럽다

무더운 날씨에 훈련 잘 받고 건강에 신경쓰고 주위 동료들과 잘 지내고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훈련하고

건전한 군생활하고 너무 조급한 마음으로 생활하지말고 느긋하게 하면은 100일도 휴가도 빨리빨리 온다

하루 하루 잘 보내면 2년도 빨리 온다 응 알았지?

성석 입대 하면서 전화하고 갔다 친구하고 집에도 편지 자주 하고 전화할 여유가 있으면 전화 연락도 하거라

아들 생일 7월 3일 추카하고 휴가 때 맛있는 것 많이 사주도록 하마

아들아 군생활 2년도 잘하고 큰 꿈 가지고 즐거운 생활하고 좋은 생각하고 건전하게 군생활 하고

다음에 또 편지 하거레이

 

아빠가 보내다

 

이 편지를 화장실에서 근무 끝나고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네요ㅎ

아마 이 경험은 왠만한 대한민국 남성들은 다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아빠의 편지와 함께 온 누나의 편지입니다.

 

 

 

내 동생 보아라..

잘 지내고 있지??

군대가니까 집이 그립고 가족도 보고 싶제~?

언제 또 가족의소중함을 느껴보겠냐~~

누나가 전에도 말했지만 2년이란 시간이 그 누구보다 더 값진 시간이 되길 바란다.

우리도 땡땡이도 네 옷, 네 편지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보통 사람들보다 좀 늦게 도착한거 같다.

이 편지지도 너 가고 나서 바로 산건데ㅋㅋ

내가 니 걱정하면 다들 그러더라~

너는 나랑 틀리게 성격도 활발하고 그러니까 누구보다 잘 지낼거라고~~

처음에 너 가고 1주일 넘도록 엄마, 아빠도 힘이 없고 그랬는데..이제는 조금 괜찮다..

잘 지내는 거 확실하제?? 힘든 훈련도 가끔 있고 자대 배치 받은 후에 선임들과의 관계만 잘 만들면 지낼만 할 거다..

모든 일은 시간이 해결해주는거잖아.. 하루 하루 잘 가듯 한달, 1년, 2년도 금방 갈거다~~

아무탈 없이 보람차게 하루하루 보내라~~

오늘 니편지 오자마자 땡땡이한테 주소 알려줬더니 그새 가서 편지를 15통이나 부쳤다고 하더라..

밖에서도 그렇지만 군에서 특히 여자친구가 있으면 힘이 많이 되니까 너가 힘든 일 있더라도 땡땡이한테 항상 잘해줘라~~

너 앞에서는 엄마, 아빠가 내색을

 

 

 

안하지만 나한테 (솔직히 질투남) 땡땡이 이쁘다고 난리다~~ 아빠가 땡땡이 맛난 거 사주라고 돈도 줘서 땡땡이랑 나랑 밥도 같이 먹었다..

니 편지 연락 엄청 기다리더라~~

2시만 되면 폰 본다고 하데ㅋ내가 가르쳐준데로 하길 잘했지?ㅋㅋ 100일 휴가 때도 쓰고가~~^^

생일은 어찌 보냈노? 생일 전에 편지 오길 기다렸는데.. 우리는 어제 미역국 먹었다..

내년 생일만 보내면 되네~~!!

누나는 내일부터 대구에 있는 학원 다닌다. 화 ~ 금요일까지 오전 9:30 ~ 1:00 까지.. 오전에 다 끝난다~~

잘하는 행동인지 모르겠지만..지금으로선 누나한테 주어진 최선의 길이니까 열심히해 볼라고~~

아빠는 지금 니가 보낸 편지를 다시 읽고 있다. 감동의 편지라나ㅋ

엄마는 아까 연습장에 2장이나 쓰더니 담ㅁ에 쓴다고 연습장 찢어서 방으로 갔다~~ㅋㅋ

땡땡땡이는 군에서 힘든 훈련하면 내 생각하면서 이겨냈다고 하더라~너도 땡땡이, 가족 생각하면서 잘 이겨내라!

땡땡이도 하는데 내 동생은 더 잘 할 수 있다~

또 편지하께~~ 잘 먹고 잘 자고 잘 지내고 있거라~~

 

05.07.04. 월

누나가

 

이 편지를 다시 읽으니 제 편지를 읽으며 흐뭇해하는 아버지, 저에게 편지를 쓰는 엄마, 공부하는 누나의 모습이 생각이 나네요.

군대가면서 예약문자 100개를 00일 휴가까지 하루 하루 그 당시 여자친구 땡땡이 핸드폰으로 전송되도록 해놓고 갔었는데,

제 문자를 기다렸겠죠^^

 

잠시 추억에 잠겨봅니다.

 

가족들과 저를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 덕분에 군대를 잘 다녀올 수 있었네요.

 

집에 전화 한통하러 가야겠네요.

 

여러분들도 소중한 사람에게 연락 자주 하시고,  힘 많이 얻으시길 바랍니다.

 

*소스 제공자 김창환, 김혜민님께 감사드리며

 맛있는 밥을 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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