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2010년 겨울에 썼던 리뷰.
서점에 갔다가 노란색 바탕에 검은 글씨가 눈에 확 들어왔고
책을 뽑아서 펼쳐보니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가득해서 사서 읽게 되었습니다.
책이 어려워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지만
읽는 내내 '아, 그렇구나.'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들의 법은 들어 본 적이 있는데
왜 저자는 책 제목을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고 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들의 법은 '자신에게 특별한 위험을 발생시키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해 주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는 법'입니다.
이 법은 곤경에 처한 유대인을 사마리아인들이 구해준 이야기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렇다면 착한 사마리아인들과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이야기는 어떠한 관련이 있을까요?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책을 읽어봐야 나옵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세계화 및 경제 발전에 대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현재의 지배적인 정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에서 쓴 책입니다.
(머리말에 장하준님께서 말씀을 하셨죠)
저자의 초점은 오늘날 부자 나라 사람들 가운데 가난한 나라의 시장을 장악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경쟁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유 시장과 자유 무역을 설교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그리그 그들은 '우리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우리가 말하는 대로 하라.'며 '나쁜 사마라이인'처럼
곤경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이용한다는 사실에 맞춰져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가난한 나라들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그만두게 해야한다는 것을 밝힙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자유 무역과 자유 시장을 설파하는 대신
역사와 현대 세계의 분석, 미래에 대한 예측과 변화를 위한 제안 등, 이 책을 통해
다른 행동들을 해야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면 11개의 챕터로 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프롤로그의 내용을 요약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
우선 나는 1장과 2장을 통해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진정한 역사를 검토하는 것에서 논의를 시작하려 한다.
이 두 개의 장에서 나는 독자들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잘못되었거나 부분적인 진실에 불과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제시할 것이다.
영국과 미국은 자유 무역의 발상지가 아니다. 실제로 이 두 나라는 오랜 세월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보호주의적인 나라들이었다. 보호 관세와 보조금 정책을 쓰는 나라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호 관세와 보조금 정책을 사용하지 않고 성공한 나라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에게 있어서 자유 무역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자유 무역은 외부에서 강요된 것이었는데. 때로는 군사력을 통해 강요되기도 했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자유 무역을 실시할 때는 아주 형편없는 성과를 올리다가,
보호 관셰와 보조금 정책을 사용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두곤 했다.
가장 좋은 성과를 올린 나라들은 선택적으로, 그리고 점차적으로 경제를 개방했던 나라들이었다.
신자유주의의 자유 무역, 자유 시장 정책은 성장을 위해 형평을 희생한다고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손에 넣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자유화되고 국경이 개방되었던
지난 25년 동안 성장은 점점 둔화되어 온 것이다.
역사와 관련된 사항들에 관해 서술하는 1장과 2장에 이어지는 (3장에서 9장까지의)장에서
나는 경제 발전과 관련 이른바 정통적인 지혜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을 뒤집기 위해 본격적으로
경제 이론과 역사, 당대의 증거들은 혼한한 논의를 전개할 것이다.
자유 무역은 가난한 나라들의 선택의 자유를 축소시킨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외국 회사들이 자국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외국 회사들을
더 돕는 길일 수 있으며, 17년 동안 적자를 낼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훌륭한 투자가 될 수 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회사들 가운데는 국가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회사들도 상당수 있으며,
'생산성이 높은 외국'으로부터 아이디어를 '빌리는 것'은 경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안정된 물가와 신중한 정부 재정 정책이 경제 발전에 해가 될 수도 있다. 부정부패는 시장이 지나치게
작아서가 아니라 시장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자유 시장과 민주주의는 타고난 짝이 아니며, 국민들이 게을러서 나라가 가난한 것이 아니라
나라가 가난하기 때문에 국민이 '게으른 것'이다.
-
저자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에 맞서며
대부분의 나쁜 사마라이인들을 변화시켜
개발도상국들이 경제 상황을 개선하는 것을 돕도록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런 저자의 주장을 아주 잘 서포팅해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자유 시장주의의 충고는 적어도 능력이 크게 변화할 수 없는 단기간에 국한시켜보면 옳다고 합니다.
능력을 기르는 데 투자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당연히 희생이 따릅니다.
지금은 못 사는 나라, 모잠비크 사람들이 비틀과 같은 자동차를 영원히 생산해내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으니
장기적으로 생산 능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희생을 감수해야합니다.
현재를 희생해서 미래를 개선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이 이유 때문에 미국인들은 19세기에 자유 무역을 실시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는 1960년대 세계 은행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철소를 건설했고, 바로 이것 때문에 스위스 사람들은 19세기 말이 되기 전까지 특허를 인정하지 않았고,
미국 사람들은 외국인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결국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여섯 살 먹은 저자의 아들 진규를 공장에 보내 생계비를 벌어오게 하지 않고
학교를 보내는 것이며, 저 같은 대학생들도 존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개발도상국들이 사용하는 보호와 보조금, 규제를 위한 추가적인 정책들은 불공정한 경쟁을 초래하는 것이므로
개발도상국들에게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만일 이런 것들을 허용한다면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경기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저자는 '경기장을 기울게 만드는 것'이 공정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수준이 비슷하지 않은 선수들이 벌이는 경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발도상국에게 유리하도록 경기장을 기울어지게 만드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공정하게 대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제 후진국에게 단기적인 이득을 희생하여 새로운 역량을 획득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난한 나라들이 자국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허용하면 경기자들 간의 수준 격차가 좁아지게 되고
그 결과 경기장을 기울어지게 만드는 것이 더 이상 불필요해지는 날이 보다 쉽게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다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다 함께 행복하게 잘 사는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일이 쉽지 않아보입니다.
그 이유는 '다 함께'라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고
이걸 나누기 시작하면 끝도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자주 합니다.
이런 골치 앞은 일을 생각하면서 사는 것 보다는
지금처럼 그냥 편하게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 책의 저자인 '장하준'님의 다른 책에서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책의 속지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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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전에 노예 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100년전에 여자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감옥에 집어 넣었습니다.
50년전에 식민지에 독립운동을 하면 테러리스트로 수배당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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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나서 저는 다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삶을
포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천천히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죠.
제가 좋은 사람,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면 제 꿈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을 더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분야의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나쁜 사마리아인' 이 책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생각에 동의하신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신자유주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2010년 겨울에 썼던 리뷰 같다.
서점에서 구입한 이 책은 지금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누가 빌려가서 가져다 주지 않았는지, 아님 훔쳐갔는지 모르겠다.
사마리아인들에 대한 이야기,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이야기 등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내용에 대한 리뷰는 못썼지만 주요 내용을 요약해놓은 것은 잘 한 일이다.
이 이후로도 장하준님은 꾸준히 자신의 생각을 펼쳐내는 책을 쓰며 다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그나마 함께 잘 사는 길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4년이 흐른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왜 그대로 인 것만 같은지.
30살, 이립(而立). 논어의 '三十而立'에서 온 말로, 모든 기초를 세우는 나이 '서른 살'을 이르는 말.
내가 30살인데, 내 인생의 기초를 세워가고 있는 것인지...
2010년 당시에는 '변화의 신'이라는 명함을 들고 미친놈처럼 뛰어 다녔었는데
중간에 포기를 하는 바람에 난 지금 이 모양인 것 같다.
4년 전 내가 쓴,
정확히 말하면 옮겨 쓴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합니다.'
이 말을 되새기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꾸준히 해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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