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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후기/오마이뉴스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손해 보기 싫은 사람들에 대하여.

by 재치왕훈이 2014.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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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해 안사랑해? 글의 소스가 된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라는 게임 장면
ⓒ 김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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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MT에 가면 항상 하는 게임이 있었다. 이는 한 사람이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혹은 사랑해? 안 사랑해?)라는 질문을 던진 뒤 친한 사람끼리 자리한 곳에 좌석을 바꾸어 다함께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임이다. 

질문을 받은 사람이 "사랑한다"라고 하면 질문을 받은 사람의 양 옆이 자리를 바꾸고,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면 질문을 받은 사람이 지목하는 사람들끼리 자리를 바꾸게 된다. 

이 게임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사람들의 자리가 자연스럽게 섞이게 되고 다 같이 친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친한 사람끼리 계속 붙어 있고 싶다면 전략적으로 대답을 해서 붙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내 경험 상 전략적으로 대답하는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어떠한 대답을 하더라도, 누가 자신의 옆에 자리를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손해 보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답에 따라 자신이 손해를 보게 된다면 사람들은 선뜻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의 대답에 따라 이웃의 운명이 달려있다면 이웃을 위해서 사랑한다거나 사랑하지 않는다고 쉽게 말할 사람들이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리를 싸매고 자신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온갖 생각을 다 동원하여 자신이 최대한 손해를 보지 않는 대답을 하게 될 것이다. 

왜냐,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손해를 보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웃을 위해서 자신이 손해를 무릅써야 한다면 더욱 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다. 물론 나도 손해를 보기 싫은 요즘 사람들 중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은 자신이 손해를 보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는 생물'이라는 논지를 강화할 예를 생각해보다 문득 우리의 수업 시간이 떠올랐다. 

별 것 아닌 일일수도 있지만 분노와 슬픔이 담겨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에 따라 이 일에 약간의 분노와 슬픔을 담아보겠다. 

나는 이 수업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이 교실에 이웃이 없다는 말과 같다. 

이웃이 없었던 나는 조별 과제를 통해 두 명의 이웃을 만나게 되었고 우리 3명은 한 조가 되었다. 과제를 위해 각 조는 합의를 통해서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야했는데 총 6개 조가 만들어졌고 빠른 합의에 이르는 조가 주제를 먼저 선택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우리 조는 이야기를 거친 후 '기도'라는 주제를 선택했고 다른 조들에 비해 빠른 결정이었던 걸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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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촛불 사랑해안사랑해 게임이 끝난 후 촛불을 켜고 둘러 앉아 우리의 이웃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 김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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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기도'라는 주제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웃'이라는 주제가 하고 싶었다. 나를 제외한 2명은 '기도'가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였고 난 둘의 의견에 따랐다. 내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었지만 재빠른 결정이 내려졌다. 늦게 결정하면 다른 조들이 좋은 주제를 선정하게 되어 우리 조가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이웃'이라는 주제를 하게 되면 나를 제외한 다른 2명의 조원이 손해를 보게 되는지 그 이유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난 하고 싶은 주제를 선택하지 못하는 손해를 보게 된 것은 분명했다. 

자신의 의사를 밝히지 못한 내가 만들어낸 손해였지만 조금 더 날 배려했으면, 조금 더 친절하게 나에게 하고 싶은 주제가 무엇이냐 물어봐주었다면 손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대화를 해보니 나를 제외한 둘은 전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둘은 전부터 이웃이었으니 내가 손해를 보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 수업에서 나에게 위안이 되는 이웃들이 있으니 바로 그들은 중국 유학생들이다. 한국 사람이 한글로 글을 쓰고 한국말로 발표를 해도 어려운데 중국 유학생 둘이서 과제를 준비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중국 유학생들의 발표를 보고 우리의 이웃인 그들을 도와주지 못한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한 교실에 앉아 있는 이웃이지만 누구 하나 친절하게 말 걸어주는 사람도 없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 그들은 확실히 손해를 보고 있었고 왜 손해를 보게 되는지, 손해를 줄일 방법은 없는지에 대한 논의도 없이, 그들은 그 손해의 몫은 고스란히 받고 있었다. 

만약 조를 짜는 방법이 한 사람씩 주제를 선택하고 같은 주제를 선택한 사람이 한 조가 되는 것이었다거나, 중국 유학생들과 한 사람은 꼭 함께 조가 되어야 한다는 룰이 있었다면 중국인 유학생들도 그리고 나도 조금이라도 손해를 줄이고, 더 즐겁게 과제를 수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중국 유학생들과 같은 조가 되는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하는 한국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실망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 이야기를 자신이 손해를 보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편적인 모습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말 할 수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고,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고,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야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자라왔고, 또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허나 우리는 이러한 올바른 삶을 실천하며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나 자신도 배려하며 살기 어려운 삶, 내 가족의 행복도 지속시키기 힘든 세상에서 어떻게 남을 우리의 이웃을 챙기면서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도와주고 그들과 함께 연대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나부터 주위를 돌아보면서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내가 주위를 배려하지 않으면 그들도 나를 배려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오는 손해는 나와 내 주위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 

내가 먼저 주위를 배려하고, 이웃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들이 나를 배려하고 다른 이웃들을 사랑하며 살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먼저 시작해야 우리들의 행복한 삶이 시작된다면, 이웃을 사랑하는 삶의 시작점이 당신이 되는 것은 어떨까?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네'라고 밝게 웃으며 대답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 오길 기대해본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저자
임승수 지음
출판사
한빛비즈 | 2014-06-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타인의 가슴을 울리는 책, 어떻게 쓸 것인가!책을 쓰는 사람이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올 6월에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라는 책이 출판되었다는 정보를 성익에게 들었다.


'사람이 책이 되는 사람도서관'을 운영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인간의 삶을 책으로 만드는 방법이 들어있을 것만 같아서 책을 사서 읽었다.


사람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책으로 만들어내는 실용적인 방법이 들어 있어서 좋았다.


책 내용 중, 저자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실은 것이 좋은 기회가 되어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나도 한 번 해보았다.


http://www.ohmynews.com/ 오마이뉴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시민기자를 신청한 후,

어떤 글을 올려볼까 하다가 예전에 과제로 썼던 글이 떠올라서 약간의 편집을 해서 올렸는데

http://omn.kr/8ynk 이렇게 기사로 내주었다. (2014년 7월 18일)


참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솔직히 많이 놀랬고, 너무 감사하다)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뿌듯하고 

앞으로도 즐겁게 써내려갈 생각이다.


꾸준히 해나가다보면 혹시 아는가, 

나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지 :) 


나는 '글쓰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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