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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후기/오마이뉴스

[성장 이야기가 가득한 아울러 사람도서관 ③] 낯설어서 더욱 특별했던 시간. 어머니들, 낯선 '사람책'을 만나다.

by 재치왕훈이 2014.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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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설은 풍경 칠곡중학교 도서관에서 어머님들이 청년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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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시각은 7시 30분, 칠곡중학교 도서관. 참 생소한 풍경이죠? 학교 도서관에는 학생들이 아닌 어머님들이 의자에 앉아 계십니다. 평소 같으면 집에서 아이들과 남편의 저녁 식사를 차려 줄 시간이지만 어머님들은 이곳에서 낯선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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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님들이 읽은 사람책들의 인생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전해줄 사람책들이 어머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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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이 들려주는 그들의 인생 이야기

"제가 봉사 활동을 했던 문해학교에 항상 배고파 하시는 어르신이 계셨어요. 너무나 가난하셔서 그런 줄 알았는데 통장을 살펴보니 8000만 원이 넘게 들어계셨죠. 알고 보니 글을 몰라서 통장에 돈을 빼지 못하셨던 거예요."(할머니는 1학년 中)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어요. 어머니는 방 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때리시려고 했어요. 그리고 어머니의 울음 소리와 함께 잘못했다는 말이 들리고 아버지는 화가 잔뜩 나있어 보였어요. 전 이불을 뒤집어쓰고 신이라고 불리는 신, 모든 신에게 기도했어요. 제발 아버지가 집을 나갔으면 하구요."(돈 한 푼 들지 않는 인생을 바꾸는 여행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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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사람도서관 중 낯선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는 어머님들과 아이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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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 경찰로 복무 중 청소년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어요. 그 아이들은 유난히 제게 배고프다는 말을 자주 했어요. 전 그 아이들에게 간식을 주었는데 아이들은 여전히 제게 배가 고프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되었을 때 알게 되었어요. 그 아이들은 '사랑'과 '관심'에 굶주려 있었다는 것을 말이에요."(선생님 배고파요 中)

"저는 이런 손을 갖고 태어났어요. 학창시절에 놀림도 많이 받았었죠. 어느날 학교에서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XX가 공부는 해서 뭐해!' 그때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어요. 부모님이 참 원망스러웠었죠"(동물매개치료사개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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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책을 읽고 나서 청년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어머님의 소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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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이 알게 해준 것들

"아직도 우리 주위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이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랐어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정신이 다 썩었다는 TV나 매체의 보도와는 달리 이렇게 좋은 봉사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글을 모르는 할머니들을 가르치시며 결국에 본인이 더 많은 것을 배워간다는 사람책의 말씀, 그리고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 감동 받고 갑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할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셔서 조금 어리둥절도 했지만. 어릴 때의 환경을 잘 견딘 사람책분에게 고맙고 기특하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힘든 시기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 일찍 열심히 헤쳐나와서 앞으로는 밝고 좋은 일이 많이 있을 것 같고, 다른 학생들을 보면 힘든 건 한 때라는 걸 느끼게 해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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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책을 읽고 나서 오랜만에 펜을 잡은 어머님들이 청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은 후 느꼈던 생각과 감상을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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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부, 편모, 사회에서 흔히 '내놓은 아이'라는 고정관념 속 아이들을 가르치며 느끼고 봉사하는 일에 선생님 자신이 더 자극 받으셨다는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늘 사랑에 배고파하는 아이들에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이와 같은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다가가 준다면 우리 사회는 더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장애우에 대한 편견, 참 많이 미안한 생각이 들어요. 노력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순간순간 나도 모르게 한 행동이 부끄러웠어요. 자신이 노력한 만큼 꿈이 뚜렷해지는 것을 보면서 자랑스러워보였어요, 인연이 되면 이 사람책분을 다시 한 번 만나 보고 싶어요. 꼭 꿈 이루시고 다시 뵈어요."

"우리 아이의 이야기도 이렇게 들어본 적 없었어요"

어머님들과 함께 한 사람도서관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한 어머니께서 번쩍 손을 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저는 오늘 사람도서관을 하면서 들어주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낯선 사람의 이야기를 한 시간도 넘게 들으면서 '아, 내가 평소에 우리 아이 이야기를 이렇게 들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 집에 돌아가면 우리 아이의 이야기를 꼭 들어 보겠습니다."

오늘 칠곡중학교 사람도서관에 참석한 어머님들의 자녀들은 엄마가 정성껏 차려주는 '맛있는 저녁상'은 놓쳤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정성껏 들어주는 엄마와의 '맛있는 대화상'은 받았을 것입니다.

낯설어서 더 특별했던 이날의 경험이 어머님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44684&CMPT_CD=SEARCH


2014년 10월 22일에 등록된 5번째 오마이뉴스 기사.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글이다.

미루고 미루다 보니 현장을 경험하고 너무나 늦게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그때 겪었던 마음, 감동은 기억이 나지 않게 되어

타인의 이야기로 기사를 채울 수 밖에 없었다.


'그냥 쓰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리 아이의 이야기를 1시간 정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라는 어머님의 말을 전하기 위해 기사를 썼다.


처음의 의도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들어주세요! 그러면 아이들이 참 좋아할 거에요'

라는 메세지를 진하게 남기는 것으로 잡고 시작했는데 

글이 끝나고 남은 것은 '낯선 사람들을 만나 낯선 이야기를 들으면 좋은 것이 있어요' 뿐이었다.


다음엔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더 잘 전달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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