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여러분, 버스 안에서는 통화를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학생, 저거 좀 봐라 웃기지 않나!"
옆에 계신 아주머니가 말을 건넨다.
시선을 아주머니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돌리니
버스 운전 기사가 누군가와 시끄럽게 통화를 하고 있다.
"버스에서 통화하지 말라는데 자기는 버젓이 통화를 하고 있다. 진짜 웃기제!"
"아, 예..."
멋쩍은 웃음을 지어 드리고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음...그래, 참 아이러니 하긴 하지.'
"이번 내릴 곳은 유목교입니다. 다음 내릴 곳은 농협 하나로 마트..."
'그래, 버스 기사부터 솔선수범해야지...앗, 다음에 내가 내릴 곳이다!'
"쀅~!"
급히 벨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하차문으로 향했다.
'다행히 지나지는 않은 것 같군.'
"취이익~"
문이 열리고 내려보니
이게 왠걸,
내려야 할 정거장 보다 한 정거장 빨리 내린 것이었다.
'분명히 이번에 내릴 곳이라는 안내 음성이 지나고 난 후 벨을 눌렀는데
왜 여기에 내가 내려진 것이지...한 정거장이나 더 걸어야하잖아...'
허나 잘못내렸는데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 또한 참 이상했다. 바보같이 잘못내렸는데 기분이 좋다니.
왠지 모르게 공기는 상쾌했고 다음 정거장까지 걸어가야 할 길에는
나를 기분좋게 해줄 아늑함이 가득해보였다.
'그래, 기분을 내며 걸어보자.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딪을 때 마다
공기를 내 몸 깊숙히 들어마시고 또 내뱉고...숨과 걸음을 만끽하자...!'
"후우~흠~후우~흠"
얼마나 걸었을까...
예정에 없던 이 길의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다가온다.
'어, 왜 여기서 만나지. 분명 집에서 기다린다고 했는데...'
"자기! 왜 거기서~와!"
"응? 자기~! 나 바보같이 버스에서 잘못내렸어~자기는 왜 거기서 와?"
"나는 자기가 늘 내리는 정거장에서 기다리다가 안 오길래 이쪽으로 걸어왔지!"
"집에서 만나기로 했잖아~"
"그냥, 자기 올 때가 된 것 같아서 마중 나왔지."
"그래? 잘했어~얼른 집에 가자."
'버스 기사분이 운전 중에 핸드폰을 안 만졌더라면,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나에게 말을 안 걸었더라면,
내가 착각하지 않고 버스에서 제대로 내렸었다면,
내가 버스에서 내려서 걷지 않고 뛰어갔더라면,
그녀가 정류장 길을 따라 걸어 내려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오늘을 유난히 행복하게 느낄 수 있었을까?'
"빨리 가자~나 배고파~!"
"우리 뭐 먹을까?"
행복이 별 거 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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