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때? 괜찮아?"
"네, 누나. 많이 좋아졌어요. 듣는 노래들이 바꼈어요. 하하"
"그래, 다행이구나. 점점 좋아질거야."
"네, 그래야죠. 저도 잘 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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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정도 흘렀다. 이별한지.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정말, 힘들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어쩔 줄 몰랐던 시간이었다.
여전히 아프지만 많이 괜찮아졌다.
이렇게 이별에 대해 글을 쓸 정도라니.
더 괜찮아지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있다.
나도 잘 살고 싶다. 행복하게.
지난 6개월 동안 노래를 참 많이 들었다.
듣다가 울고, 울다가 듣고......
좋은 노래를 많이 알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이별 통보를 받고 괜찮아지기까지 들었던 노래를 정리하며
내 마음도 이제 정리하련다. 정리해야 한다. 정리하고 싶다. 이젠.
1. 가지마 가지마 - 브라운 아이즈
처음 진심으로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던 건 10월 9일 한글날 새벽이었다.
그전에도 이야기는 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날은 다르게 느껴졌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헤어지자는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고
난 그 날 이후로 석 달 정도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머리가 아팠고, 마음은 밑으로 밑으로 계속 내려갔다. 바닥 없이 계속 밑으로 내려갔다.
아직 너를 위해 바보처럼 살아가는데 너는 어디에 니가 필요한데
oh~baby 내 사람아 이제 그만 내게 돌아와줘 장난처럼 그렇게 돌아와
돌아오기를 바랬다. (표준어는 바랐다)
장난처럼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기에
그리고 그런 이야기해서 미안하다며 웃으면서 잘 견뎌왔기에.
이번에도 그렇게 되기를 정말 바랬다.
그런데 이번엔 그렇게 되지 않았다.
2. 그런일은 - 박화요비
10월 9일 이후로 몇 번 만났었다.
차도 마시고, 술도 마셨는데 참 낯설게 느껴졌다.
가까이 있었는데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오늘은 안돼요 내 사랑이 이대로는
이별을 감당하긴 어려운걸요
많은 약속을 다 지울순 없잖아요
아직도 해드릴게 참 많은걸요
헤어지자는 그 사람한테 안된다고 했다.
나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그 사람은 헤어진다고 자신은 이미 헤어졌다고 했다.
나를 만난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펑펑 우는 나에게 담담한 표정으로 악수를 청했다.
난 잡은 손을 놓지 않으려고 했는데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그 사람은 집으로 들어갔고 난 아찔해졌다.
길에서 참 많이 울었고,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또 울었다.
그때를 생각하니 또 울컥한다.
3.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 이적
왜 이렇게 된 걸까.
참 좋았었는데.
나만 좋았었던 것일까.
다시 나는 홀로 남겨진 거고
모든 추억들은 버리는 거고
역시 나는 자격이 없는 거지
나한테 원했던 것이 있었다.
안정된 직장.
안정된 직장만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불안한 나의 삶 때문에 우리의 미래를 그릴 수 없으니
안정된 직장을 꼭 잡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사람은 안정된 직장과 경제력을 노력해서 가졌다.
나는 없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얼마나 불안하게 했을까.
모든 것이 나 때문이다.
나는 그 사람과의 행복을 가질 자격이 없었다.
이해한다. 헤어지자고 한 너를 이해한다.
헤어지자고 말하기 전에 많이 울었던 네게 미안하다.
진심으로 미안하다.
4.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 임창정
내가 어떻게 했었으면 헤어지지 않았을까.
많은 상상을 했었지만...
사실 내가 줄 수 있는 건 진짜 마음 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참 오래 버텼다고 해야할까.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다시 그럴 수 있을지......
익숙함을 핑계 삼아야 했던
그날이 이제는 그리워질 텐데
말을 못해서 표현 못해서
그댈 단 하루라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단 걸
나는 그 오랜 시간을 만나면서 커플링을 해주지 않았을까.
다른 선물들은 많이 해줬었는데.
"선배, 확신을 줬었어야죠."
확신이라.....어떤 확신을 줘야 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우린 어떤 사랑을 했었을까.
홀로 생각할 뿐이다.
5. 마음을 잃다 - 넬
"시간이 약이야."
"좀 지나면 괜찮아진다."
"한 잔해. 마시고 잊어."
그 사람처럼 나를 사랑 가득한 눈으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을까.
예전 이자카야에서 찍었던 사진 속 그 사람의 눈.
그 눈이 계속 기억난다.
그 눈만 생각하면 슬퍼진다.
그 눈이 보고 싶다.
그 눈이 너무 그립다.
시간이 흐르고 내 마음이 흘러서
그렇게 당신도 함께 흘러가야 되는데
정말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네요
난 잊는 건 포기했다.
기억이 떠올랐을 때 그저 덤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프지 않고, 슬프지 않고, 좋은 추억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한다.
점점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다.
그걸로 위안을 삼는다.
6. 사랑못해 - 이수영
올해 2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래도 생각이 덜 나서 좋았다.
일을 하기 잘했다 싶었다.
하지만 일이 끝나기 무섭게 또 생각이 났다.
그 사람 생각이라기 보다는
내가 그런 사랑을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참 좋았었는데.'
'참 행복했었는데.'
'그런 사랑은 아마 힘들겠지.'
두 번 다시는 이런 사랑 못해
죽어도 다른 사랑 못해
너무 깊숙히 들어와버린
그대 눈빛 말투
무엇도 대신하지 못해
순간 순간마다
내 몸이 먼저 떠올려
우리 함께한 그 날들을
이 노래는 진짜 많이 들었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사랑 못해 죽어도 다른 사랑 못해'
들으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진짜 내가 다시는 사랑 못 할 것 같아서였다.
지금은 이런 사랑은 못해도 다른 사랑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1월, 2월, 3월... 이 노래를 들으며 내 지난 사랑을 돌아보았다.
돌아보며 다독였다.
'그래도 내가 진짜 사랑을 했었구나.'
7. 혼자 한잔 - 허각
4월이 되고 난 예전 모습을 많이 찾은 것 같다.
10월부터 이별로 힘들었으니 반년이 걸렸다.
많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난 아직 멀었다는 것을 이 노래를 듣고 알게 되었다.
괜찮아지려면 난 아직 더 보내야 한다는 걸.
괜찮아지려면 난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걸.
유튜브에서 우연히 봤다.
실연한 한 남자를 위해 친구들이 사연 신청을 했고
허각이 와서 노래로 위로를 해준 영상이다.
나도 울고 말았다.
지금 쓰면서 보고, 듣고 하며 또 울고 있다.
취할수록 또렷하게 떠오르는
그녀가 너무 보고 싶어서
울다가 웃었다가 원망하죠 oh
또 한잔 다시 한잔 눈물 한잔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무너졌다.
괜찮은 척 했었나보다.
그래도 괜찮다. 방엔 나 혼자 있으니까.
울어도 되고, 추억해도 된다.
마음에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그것을 알아서 다행이다.
몰랐으면 괜찮은 척 있다가 언제든 또 터졌을테니까.
차라리 지금 터지는 것이 낫다.
격하게 한잔 하고 싶다. 후...
4월엔 이 노래를 가장 많이 듣을 것 같다.
8. 술을 마시고 - 금주악단
내일이 휴일이었으면
술을 마시며 오늘 썼던 노래들을 듣고 싶다.
울고, 웃고, 추억하며 더 괜찮아지고 싶다.
술을 마시고 싶다.
나는 어쩌자고 보고 싶어 미치는 걸까
나는 어쩌자고 여기에서 엉켜 꼼짝도 못할까
그저 술을 마시고 싶을 뿐이다.
힘들었던 지난 반년을 글로 쓰면서 또 많이 울었다.
울었던 만큼 조금 더 마음이 괜찮아졌으리라...!
덥다.
씻고, 내일을 위해 자야겠다.
나처럼 이별에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이 노래들이 작은 위로라도 된다면 참 기쁠 것이다.
힘내자.